“North Korea에서 온 과자!”

“엄마, 이거 한 번 드셔보셔요.”

외출했다 들어 온 아들이 나를 보자마자
주머니에서 바스락거리며
비스킷 두 쪽이 들어 있는 작은 팩 하나와
내용물 없는 빈 과자 봉투를 꺼냅니다.

“이게 무슨 과자니?”
“엄마, 이거요. North Korea에서 온 과자에요.
Made in North Korea!”

“엉? 북한에서 온 거라구? 이게 정말 북한 과자야?”
“네에~, 아는 형이 북한 다녀온 아는 분이 줬다고
가져와서 하나씩 먹고 엄마 보여드리려고
빈 봉투랑 과자 하나 가져온 거여요.”

“어머 어머 세상에~ 여기서 북한산 과자를 다 보다니”

비스킷 두 쪽이 들어 있는 과자 봉투와
‘쵸콜레트 과자’라고 한글로 쓰여진
빈 봉투를 받아 들고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해서
이리저리 돌려봅니다.

“이거이 진정 북한산 과자란 말이지?”

정말로 회사 이름은‘운하대성식료공장’이라 쓰여 있고
주소는 평양시 붉은거리 2동이라 쓰여 있네요.

“평양이라……”

우리 쌍둥이 외삼촌이 살고 있었다는 평양!
6.25 전쟁으로 황해도에 살던 우리 가족만 피난을 내려와 부모님과 동생들과 영영 이별하고 말았다고
우리 엄마가 살아 계셨을 적에 늘 애석해 하며
평양 이야기를 하시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오늘날!
평양에서 만든 과자를 이렇게 보다니……
우리 엄마 살아 계셨으면 분명 빈 과자 껍질
성경책 사이에 끼워 놓고
부모님 생각, 동생들 생각, 고향 생각에 눈물지으며
심심할 때면 꺼내 보고 또 꺼내 보면서
“이거이, 정말로 피양서 온거이 맞간?”
하루에 열두번도 더 물어보셨을 겁니다.

아들이 건네준 북한산 과자를 손에 들고 먹어볼 생각도 못하고 뒤집었다 엎었다 구경만 합니다.

다음 날, 신문 마감하면서 북한산 과자를 꺼내 놓으며
“이게 북한산 과자여요, Made in North Korea!”

과자를 받아 든 디자인 실장님…
화들짝 놀라며 어제 저랑 똑같은 행동을 합니다.
뒤집었다 엎었다…

그런데 그 과자 봉투에 의외로 QR 코드가 있습니다.
호기심이 발동한 우리는 QR 코드를 찍으면
무엇이 뜰까 하여 긴장된 마음으로
QR 코드를 찍어 보았습니다.

알 수 없는 긴 한문 한 문장만이 뜹니다.
번역기를 돌려 뜻을 헤아려 보려 하지만
번역기마저도 한문이 섞인 이상한 글자만 보여줍니다.

“메네 메네 데겔 우바르신”
우리가 알 수 없는 이상한 글자들…

콩한 쪽도 나눠 먹는 우리네 인심!
드디어 봉투를 열어 과자를 조금씩 나눠 먹어 봅니다.
낯선 외국 음식을 대하듯 조심스레…
우리가 어렸을 적에 먹어 본 듯한 건빵 비슷한 맛…
난생처음으로 보고 만져보고 먹어 보는
북한의 맛!

그들의 기술과 맛을 평할 순 없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찌릿합니다.

“마트에 가면 화려하고 맛있게 널려 있는 우리네
과자를 그네들이 먹어 보면 얼마나 좋아할까?”

북녘땅 내 동포들에게도
한국의 맛난 음식들을 실컷 먹어볼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기를 기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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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애
크리스천라이프 대표, 1997년 1월 뉴질랜드 현지교단인 The Alliance Churches of New Zealand 에서 청빙, 마운트 이든교회 사모, 협동 목사. 라이프에세이를 통해 삶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잔잔한 감동으로 전하고 있다. 저서로는 '날마다 가까이 예수님을 만나요' 와 '은밀히 거래된 나의 인생 그 길을 가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