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아름다운 미래

리커넥트에서는 일 년 가량 Ranui(라누이) 지역의 취약계층 가정에서 자라는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격주로 진행했었다.

그 시간들 속엔 많은 추억이 있다. 아이들과의 추억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부모님, 그리고 아이들과 만났었던 라누이 캐러밴 파크에서 지내는 사람들과의 추억이 가득하다.

아이들과 만나기 전 우리는 캐러밴 파크에서 지내는 아이들의 꽤 많은 숫자가 부모들로부터 부정적인 삶의 모습, 즉 도둑질이나 알코올 중독과 같은 모습을 습득하고, 그 삶이 다인 것처럼 여긴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겨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고, 그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삶의 교육’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리커넥트는 젊은 청년들로 구성이 되어 있기에 우리가 함께 먹고, 놀고, 시간을 보내며 그 아이들에게 ‘내가 사는 세상, 그 이상이 있다는 것’을 보게 해주고 싶었다.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쳐주기보다는 우선 그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었다. 그래서 그 프로그램 이름을 ‘Let’s Play’로 지었고, 이름 그대로 함께 그 아이들과 노는 시간들을 보냈다.

우쿨렐레를 가르치며 피자를 만들어 먹기도 했고, 액자 및 장식 만들기, 딱지치기, 그리고 야외에서의 활동들을 프로그램으로 짜서 몇 명이 오던지 상관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 중에서는 우리와 만난 첫날부터 자신의 얘기를 꺼낸 친구도 있었다. 부모님의 좋지 않은 상황과, 가족 구성원의 가출 등으로 마음이 어렵다는 얘기를 너무나도 담담하게 하는 모습을 보며 오히려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난다.

어느 날은 아이들과 함께 캐러밴 파크에 행복한 분위기가 물씬 나게 하고 싶어서 입구 쪽에 ‘Smile’이라는 문구와 여러 그림을 알록달록 분필로 꾸몄다.

거기에 거주하시는 분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미소를 짓던 와중 한 분이 울음을 주체하지 못하시며 한동안 계속 눈물을 흘리셨다.

조금 진정이 되고 난 다음에 그사람에게 다가가서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보니, 자신은 교사였는데 얼마 전에 일을 그만두게 된 후로 재정이 마땅치 않아 이곳으로 왔고, 자신의 모습이 비참하다고 느끼며 우울함에 빠져있었는데 오늘 ‘Smile’이라는 문구를 보자마자 자신에게 하는 메시지처럼 느껴져서 위로가 되면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말했다.

그 사람과 대화를 끝난 후 우린 아이들과 다시 놀기 시작하는데, 어린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캐러벤 바로 옆이 그 사람의 집이었다. 그는 자신의 캐러밴 앞에 나와 계속 웃음을 머금으며 아이들이 노는 걸 지켜보았다.

다시 그에게로 가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에 “당신들이 하고 있는 좋은 일들을 계속해서 해줬으면 좋겠어요. 당신들을 보면서 나 또한 내가 할 수 있는 나눔을 이제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힘이 나네요. 고마워요”라고 말을 했다.

그 순간 우린 그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쁨과 사랑을 아이들과 나눴을 뿐인데 그 기쁨이 그 사람에게도 전해졌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아이들에게 전해진 기쁨이, 또 다른 누군가에겐 따뜻한 ‘smile’로 흘러갔다.

우리가 만났던 아이 중에 한 아이는 우리를 늘 기다렸다. 한 번은 우리가 어린이 프로그램과는 별개로 라누이 도서관에서 지역 주민들과 어린이들을 위한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그 아이도 우리와 함께했다.

리커넥트가 하는 일들을 늘 비디오로 만들어 온라인에 게재하기 때문에 그날도 난 음악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영상을 찍으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그 아이가 나를 따라다니면서 무얼 하는 거냐며 흥미를 보였다. 그래서 리커넥트의 영상들을 보여주며 우리가 이런 일들도 하고 있다고 하니 자기도 나중에 꼭 이런 영상을 찍고 올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영상에 자기가 나오는 게 꿈이라고 말하는 아이를 바라보며 그 꿈을 이뤄주면 되겠다 싶어 “오늘 우리 영상 같이 찍자~”라고 그 아이에게 말했다.

그 아이는 무척이나 들뜬 표정을 지으며 영상에서 뭐라고 얘기해야 될지, 어떤 모습으로 우리가 나와야 될지 등을 신나는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행복한 그 아이의 모습을 보니 나 또한 행복했다.

영상을 다 찍고 난 후엔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있으면 함께하고 싶다고 얘기하면서 자신이 온라인에 나와 사람들이 자기를 보게 되는 거냐며 연신 즐거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 영상의 조회 수가 높지는 않지만, 한 아이가 기대하며 꿈을 꿀 수 있는 영상이 되었기에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그렇게 격주로 계속해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때로는 제대로 된 교육 프로그램과 함께 social worker가 우리와 함께 봉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정말 도움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동안 멈췄던 취약계층 어린이들과의 만남을 리커넥트에서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5월부터는 Ranui(라누이) 또는 Te Atatu(테 아타투) 도서관에서 방과 후 숙제 교실을 매주 진행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아이들의 숙제를 부모들이 봐줄 수 있는 상황이 안되기 때문에 아이들이 숙제와 학업을 계속해서 지속할 수 있도록 도우며, 무엇보다 그 아이들과의 관계를 쌓아 함께 미래를 꿈꾸고자 한다.

이 방과 후 프로그램에 있어서 봉사자들이 필요하다. 지속적으로 매주 또는 격주로 적어도 6개월 동안은 함께할 수 있는 봉사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영어가 되는 사람, 다음 세대에 관심이 있는 사람, 아이들과의 만남을 즐거워하며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환영이다.

취약계층의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 중 부모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부모들이 때로는 아이들에게 도둑질을 요구할 때도 있고, 정부로부터 받은 돈으로 렌트비를 내고 얼마 남지 않은 돈으로 술을 마시는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다.

그런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자신들이 보고 배운 것들이 전부이기 때문에 결국엔 자신들의 부모와 똑같은 굴레에서 살아가게 된다.

앞으로 우리가 만날 아이들이 자신이 보고 아는 것과는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우리와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조금이나마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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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민
오클랜드 대학교 정외과 . 사회학과 졸업. 사회 비영리 단체 Reconnect의 공동대표로 있으며, 우리가 사는 사회에 대해‘알고, 이해하고, 행동하기’ 라는 주제로 사회 이슈들을 다루고, 함께 사랑하며 살아가는 일상을 담은 글을 연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