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음악회에서 무슨 철학 이야기를?’ 하고 의아해하실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날 화요음악회에서 들을 음악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이었기 때문입니다.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잘 아시다시피 신은 죽었다고 외친 철학자 니체의 대표적 저서입니다.

그런데 지난 회에 소개해 드린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 1864~1949)가 같은 이름의 제목을 가진 교향시를 썼습니다. 이 교향시는 리하르트의 대표적인 작품의 하나이기에 화요음악회에서 듣기로 했습니다.

영어로 symphonic poem이라고 번역되는 교향시(交響詩)는 시적 또는 회화적 내용을 관현악으로 표현한 표제음악의 일종이며 교향곡과는 달리 단 악장입니다.

헝가리의 피아노의 거장이자 작곡가인 프란츠 리스트가 처음으로 ‘교향시’라는 단어를 쓰며 작곡을 했는데 리하르트는 리스트의 음악 형식과 그가 존경하는 선배 작곡가 바그너(W. R. Wagner)의 표현 수법을 융합해서 교향시를 계승 발전시켰습니다.

교향시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나중에 리스트와 더불어 교향시의 양대 거장이라고 불린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음악 세계를 잘 보여줍니다.

짜라투스트라(Zarathustra)는 조로아스터(Zoroaster)의 독일식 발음입니다. 우리말로 배화교(拜火敎)라고도 불리는 페르시아의 조로아스터교(Zoroastrianism)를 기원전 약 600년경에 세운 사람이 조로아스터입니다. 조로아스터는 원래 낙타를 잘 다루는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철학자 니체는 조로아스터교와 불교에 심취해 있었는데 그의 대표작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다음과 같은 3가지의 정신적 변형을 이야기합니다.

  1. 낙타의 단계: 모든 것에 순종 숭배하며 짐을 짊어진다.
  2. 사자의 단계: 모든 것을 깨뜨리고 자유 독립 폐허를 외치며 인간의 굴레를 벗는다.
  3. (사자가) 어린이가 되는 단계: 모든 가치가 전복되고 새로운 출발이 시작되면 초인(Ubermensch)이 탄생한다. 니체에 의하면‘보통의 사람은 동물과 위버멘슈(초인) 사이를 갈라놓고 있는 심연 위에 걸쳐 있는 하나의 밧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슈트라우스의 교향시(交響詩)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청년 시절 뮌헨 대학에서 철학 강의를 듣기도 했던 슈트라우스는 니체의 철학시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고 감동을 받은 뒤로 이 작품을 바탕으로 하는 교향시를 쓰기로 작정했습니다.

1896년 2월에 착수되어 8월에 완성되었으며 11월에 스스로 지휘봉을 잡고 초연을 했습니다. 이 곡은 찬사도 많이 받았지만 그만큼이나 비난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때까지 아무도 엄두도 못 냈던 ‘철학의 음악화’를 시도했다는 게 주된 이유였습니다. 이에 대해 슈트라우스는 “나는 철학적인 음악을 쓰려 한 것이 아니며, 인류가 그 기원에서부터 여러 단계를 거쳐 발전해가는 모습을 음악이라는 수단으로 표현하려 했던 것이다.” 라고 해명했습니다.

이 곡이 더 유명하게 된 것은 1968년에 제작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이 곡의 도입부를 배경 음악으로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영화 속의 강렬한 장면과 더불어 뻗어 나온 우렁찬 음향이 사람들에게 아주 인상적이었을 것입니다.

이 곡은 흔히 ‘일출’이라고 불리는 서주로 시작되는 아주 자유로운 소나타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서주 외에 여덟 개의 표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덟 개의 표제는 니체의 작품과 상응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꼭 책에서의 해당 대목을 알지 못해도 곡 감상에 지장은 없습니다. 여덟 개의 표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후세 사람에 대하여’, ‘위대한 동경에 대하여’, ‘환희와 열정에 대하여’, ‘매장의 노래’, ‘과학에 대하여’, ‘병이 치유되는 자’, ‘춤의 노래’, ‘밤의 나그네의 노래’입니다.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를 읽으셨든 안 읽으셨든 이 철학적인 교향시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작곡가가 음악을 통해 우리에게 말하려고 하는 무언가, 즉 인간, 고뇌, 굴레, 신, 초인 등등의 속삭임이 음악으로 승화되어 여러분의 가슴속으로 파고드는 것을 느낄 것입니다.

걸작인 만큼 좋은 연주가 많습니다. 카라얀이나 칼 뵘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니의 연주가 모두 명연이지만 화요음악회에서는 Eugene Ormandy가 지휘하는 Philadelphia Orchestra의 연주로 들었습니다. 이 연주에는 영화 ‘2001: A Space Odyssey)의 배경음악도 들어있습니다.

음악을 다 들은 뒤에 저는 회원들에게 “작곡가 리하르트는 이 교향시를 통해 인류가 처음부터 여러 단계를 거쳐 니체가 말하는 위버멘슈(초인)까지 가는 과정을 나타내려 했다는데 여러분은 그것을 느꼈습니까?”하고 물었습니다.

그리고 덧붙여 말씀드렸습니다. “오늘 댁에 돌아가셔서 니체의 ‘짜라투스트라’의 마지막 부분을 읽어보세요.

‘이것이 나의 아침이다. 나의 대낮이 시작되는 것이다. 아 솟아라 솟아라 그대 위대한 정오여!’라고 말하고 짜라투스트라는 자기의 동굴을 떠났다. 마치 어두운 산봉우리 뒤에서 솟는 아침 태양처럼 불타오르듯이 씩씩하게.’라고 끝납니다.

이 마지막 구절을 읽으시고 다시 이 교향시의 서주‘일출’을 들으시면 아, 그래서 이 곡이 이렇게 시작되었구나 하고 더 잘 이해가 되실 겁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그렇게 해보시기 권해 드립니다. 아마도 새로운 감명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하나님은 여전히 살아계십니다
그러나 아무리 웅장한 교향시의 음향이 울려도, 그리고 ‘신은 죽었다’라고 외치며 초인의 길을 모색하는 니체의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여전히 살아계십니다.

그래서 이날 음악감상이 끝난 뒤 다 같이 본 하나님 말씀은 시편 14편 1~2절이었습니다.

‘어리석은 자는 그 마음에 이르기를 하나님이 없다 하도다. 저희는 부패하고 소행이 가증하여 선을 행하는 자가 없도다. 여호와께서 하늘에서 인생을 굽어살피사 지각이 있어 하나님을 찾는 자가 있는가 보려 하신즉 다 치우쳤으며 함께 더러운 자가 되고 선을 행하는 자가 없으니 하나도 없도다.’

우리의 삶은 우리의 선택에 의해 결정됩니다. 시편 기자가 탄식했듯이 하나님이 없다고 하는 어리석은 자가 될 것인지 아니면 하나님을 찾는 자가 되어 은혜 속에 사는 자가 될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우리 음악회 여러분은 모두 현명한 선택을 하셔 선을 행하는 자가 되시기 바랍니다.

*화요음악회는 교민 모두에게 열려있는 공간이며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30분에 Devonport의 가정집 정이정(淨耳亭)에서 열립니다. 관심 있는 분께서는 전화 445 8797 휴대전화 021 717028로 문의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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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
서울 문리대 영문학과를 졸업, 사업을 하다가 1985년에 그리스도 안에서 다시 태어났다. 20년간 키위교회 오클랜드 크리스천 어셈블리 장로로 섬기며 교민과 키위의 교량 역할을 했다. 2012년부터 매주 화요일 저녁 클래식음악 감상회를 열어 교민들에게 음악을 통한 만남의 장을 열어드리며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