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파드 게코는 산란 중

꽃샘추위가 한국을 강타하여 다시 패딩을 꺼내게 된 사람들. 따뜻해질 거 같던 찰나 급히 추위가 덮치며 일부 지역은 눈까지 다시 내렸다.

바깥세상은 이렇게 돌아가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레오파드 게코들은 여전히 열심히 산란 중에 있다. 현재 수십 마리가 산란에 들어가서 알을 꺼내는 일만 해도 한 시간이 후딱 지나간다.

한창 진행 중인 시즌에 새끼들이 슬슬 나올 조짐이 보인다. 새끼가 나올 때쯤이면 알에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히며 찌그러지기 시작한다. 받아놓은 알 개수만 해도 약 200개.

너무 많아서 100개 넘어가는 순간부터 잊기 시작했다. 아직 산란시즌의 반인데 200개다. 올해는 600마리 정도 나오려나.

파충류의 인기가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자 요즘 파충류 박람회나 전시회가 늘고 있다. 다음 주에 일산 킨텍스에서 있을 박람회에 또 초대가 되어 부스 하나를 잡고 게코들을 진열해 놓으며 열심히 설명을 해야 할 것이다.

벌써 세 번째 쇼이지만, 매번 하나님이 날 놀라게 하시는 일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명함을 통해서이다.

첫 박람회 때 필자는 그제야 활동명을 정하고 또 한국에서 오래 살지 않아 나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첫 박람회 때 명함이 무려 170장이 나갔을 때 정말 깜짝 놀랐고 또 감사했다. 그 후 수없이 오는 질문들과 사육 방법에 대한 문의들이 와서 매번 신기해 하며 감사한 삶을 누릴 수 있었다.

이번 시즌 역시 예약제가 존재한다. 벌써 약 30마리가 예약되어있다. 태어나서 축양이 되는 순간 새 주인 품으로 바로 보내진다.

축양 기간은 약 2주로써 새끼가 탈피를 잘할 수 있는지, 먹이 붙임이 완료되었는지, 몸에 특별한 다른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2주가 지나면 새끼의 기본상태와 탈피 여부 등의 확인이 된다면 새끼는 무사히 새로운 주인에게로 보내진다.

새끼들 먹이 붙임 하는 것에 대한 질문이 매우 많았는데, 의외로 간단하다. 먹이 붙임 하려던 곤충을 핀셋을 이용해 죽여 즙을 짜주고 그 즙을 새끼들 입에 가져다 대주면 새끼들의 눈매가 180도 바뀌며 날름날름 핥기 시작한다. 그러다 첫 먹이를 먹는 것이다.

게코들은 태어나서 3일 정도 안에 첫 탈피를 하는데, 탈피를 혼자 못하는 녀석들은 첫 탈피 때부터 못 하기에 어느 정도 보살피기가 필요하다.

탈피를 혼자 못하면 탈피 부전이 오는데 꼬리 괴사나 발가락 괴사가 일어날 수 있다. 이렇게 3일 정도에 탈피하는데 첫 탈피 전에는 먹이를 주지 않는다.

게코들의 탈피껍데기는 새끼들에게 중요한 영양분으로써 야생에서 먹어야 하는 필수 생존 식품이기도 하다. 새끼들이 탈피를 해서 영양분을 먹고 소화하기 전까지 새끼는 먹이 없이 습도와 온도만 맞춰 줘야 한다.

시즌에는 이렇게 불타오르듯 확 바빠진다. 정말 일주일에 5일 정도는 게코들만 봐줘야 하며 새끼들이 끊임없이 태어나기 때문에 나도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새끼들이 워낙 많이 태어나다 보니 가끔가다 한두 마리가 약하게 나온다.

온도 차이로 인해 눈에 잡힘이 있다거나, 미성숙하게 자라 더 작게 나온다거나 하는 등 보살피기가 조금 더 필요한 새끼들이 한두 마리 나온다. 이런 새끼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긴 하지만 그래도 잘 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게 도리라 생각되어 늘 더 신경 쓰며 추가로 돌봐주고 있다.

한국에서 혼자 있으며 바쁘게 살 때는 몰랐지만 가끔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다. 혼자 이렇게 있다 보면 주님도 아시는지 사람들에게 연락이 온다.

사육 방을 방문하는 사람이나, 게코에 대해 알고 싶은 게 너무 많은 사람들은 직접 찾아온다. 개인 집이지만 적어도 일주일에 2~3일은 손님들이 찾아와서 한두 시간씩 머물다 간다. 이게 별일이 아닌 거 같지만 생각보다 나름 외로움을 잊기에 적절한 방법이다.